본문 바로가기

식재료와 영양

버섯은 데치면 영양소가 사라질까?

버섯은 데치면 영양소가 사라질까?

 

 

버섯의 영양학적 가치: 저칼로리 고기라 불리는 식물

버섯은 식물도 동물도 아닌 독립된 생물군으로, 특유의 향과 감칠맛, 고기와 비슷한 식감을 지닌 독특한 식재료다. 칼로리가 낮으면서도 식이섬유, 비타민 D, 셀레늄, 구리, 베타글루칸(면역 기능 관련 다당류) 등 다양한 영양소가 함유되어 있어 건강식단에 자주 포함된다. 특히 표고버섯, 느타리버섯, 새송이버섯 등은 면역 강화, 항산화 작용, 혈압 조절 등 다양한 건강 효능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버섯의 조리 방식에 따라 이러한 유익한 성분이 파괴되거나 손실될 수 있다는 점은 간과되기 쉽다. 특히 데치기처럼 물에 담가 열을 가하는 조리법은 수용성 영양소의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버섯을 데치는 것이 실제로 어느 정도의 영양소 손실을 가져오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데치기의 기본 원리: 수용성 영양소 손실이 우려되는 이유

데친다는 것은 음식을 끓는 물에 잠깐 담가 가열하는 조리 방식으로, 주로 이물질 제거, 식감 개선, 색상 유지 등을 위해 사용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물에 녹는 수용성 영양소, 특히 비타민 B군과 미네랄 성분이 유출될 수 있다. 버섯은 특히 비타민 B2(리보플라빈), 나이아신, 판토텐산 등 수용성 비타민이 풍부하기 때문에, 데칠 경우 그 손실률이 우려된다.
연구에 따르면, 버섯을 1~2분간 데칠 경우 비타민 B2는 약 30%, 나이아신은 약 20% 정도 감소할 수 있다. 또한 셀레늄, 칼륨, 구리 같은 미네랄 성분도 일부 물속으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얇게 썬 상태로 데칠수록 표면적이 넓어져 손실률이 더 커지는 경향이 있다.

 

버섯의 열 안정성: 일부 영양소는 조리 시 흡수율 증가

반면, 모든 영양소가 데치기로 손실되는 것은 아니다. 지용성 비타민이나 열 안정성이 강한 성분들은 조리 시 오히려 체내 흡수율이 증가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비타민 D2는 열을 가하면 구조가 안정화되며 생체이용률이 높아지는 성질을 가진다. 또한 버섯에 함유된 베타글루칸이나 키토산 같은 다당류 성분은 가열에 비교적 안정적이며, 가열 후 더 부드럽고 흡수가 쉬운 형태로 변형되기도 한다.
실제로 어떤 연구에서는 버섯을 가볍게 데친 뒤 볶았을 때, 베타글루칸의 기능성이 손상되지 않음은 물론 면역 자극 효과가 유지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즉, 데치는 시간이 짧고 온도가 적절하다면 일부 영양소는 잃되, 또 다른 성분은 오히려 이점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데칠 때의 손실 최소화 전략: 시간과 조리 형태가 핵심

영양소 손실을 최소화하면서도 안전하게 버섯을 데치려면 몇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데치는 시간을 30초~1분으로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표고버섯이나 새송이버섯처럼 질감이 단단한 종류는 오래 데칠 필요가 없으며, 단시간 가열만으로도 이물질 제거와 부드러운 식감 확보가 가능하다.
둘째, 물 대신 증기를 활용한 스팀 데치기(찜) 방식이 권장된다. 이 방법은 수용성 성분의 유출을 막고 비타민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셋째, 조리 후 남은 물의 활용도 중요하다. 데친 물은 비타민 B군이나 미네랄이 녹아 있는 영양 성분의 저장소이기 때문에, 국물 요리나 소스에 재사용하면 손실을 보완할 수 있다.
넷째, 조리 전 버섯을 너무 얇게 자르지 않는 것도 표면적을 줄여 영양 손실을 줄이는 팁이다.

 

 

‘무조건 생이 좋다’는 오해, 조리법에 따른 선택이 중요

많은 사람들이 ‘영양소 손실’을 우려해 생으로 섭취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버섯은 생으로 먹는 것이 반드시 더 좋은 것은 아니다. 일부 성분은 조리를 통해 더 안전하고 흡수율이 높아지는 반면, 수용성 비타민이나 미네랄은 적절한 관리 없이는 쉽게 손실될 수 있다.
따라서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데치기를 완전히 피하기보다는, 시간을 짧게 유지하고 증기를 활용하거나 조리수를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스마트하게 조리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또한 데친 후에는 바로 볶거나 무침으로 활용하는 연계 조리 전략을 통해 영양 손실을 줄이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버섯은 조리법에 따라 영양소 흡수율이 크게 달라지므로, ‘어떻게 먹느냐’가 ‘얼마나 먹느냐’보다 더 중요한 식재료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