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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와 영양

무조건 씻으면 안 된다? 세척법에 따라 달라지는 채소의 영양

채소 세척, 영양 손실의 첫 단계일 수도 있다

신선한 채소를 손질할 때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대부분 ‘흐르는 물에 씻기’입니다. 위생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과정이지만, 잘못된 세척 방식은 영양소를 상당 부분 손실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수용성 비타민인 비타민 C, B군, 엽산 등은 물에 매우 잘 녹는 특성을 갖고 있어, 너무 오래 물에 담가두거나 강한 물살로 씻을 경우, 손질하기도 전에 많은 양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금치, 브로콜리, 양상추처럼 연한 채소들은 10분 이상 물에 담가두면 비타민 C의 30~40%가 손실될 수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게다가 ‘더 깨끗이 씻기 위해’ 소금물이나 식초물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농도나 시간 조절이 적절치 않으면 영양소까지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세척이 건강에 좋기만 할까?

 

채소는 흙, 미생물, 농약 등 다양한 오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 조리 전에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세척은 오히려 채소의 영양소 손실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특히 수용성 비타민인 비타민 C, 비타민 B군은 물에 매우 쉽게 녹아나며, 세척 시간이 길거나 물에 오래 담가놓을 경우 상당량이 손실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금치나 상추를 흐르는 물에 짧게 씻는 것과 물에 오래 담가 두는 것 사이에는 영양 손실률에서 큰 차이가 있다. 실제 한 연구에서는 시금치를 물에 30분 담갔을 때 비타민 C 함량이 최대 40%까지 줄어든 것으로 보고되었다. 따라서 ‘깨끗하게 오래 씻는 것이 무조건 좋다’는 고정관념은 이제 바꿀 필요가 있다.

 

 

채소마다 다른 ‘적절한 세척법’이 있다

모든 채소를 같은 방식으로 씻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채소의 구조, 표면의 특성, 그리고 조리 방식에 따라 알맞은 세척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잎채소는 흐르는 물에 빠르게 세 번 정도 헹구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이는 표면에 묻은 먼지나 잔류 농약은 제거하면서도, 수용성 비타민이 빠져나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반면에 브로콜리나 컬리플라워처럼 틈새가 많은 채소는 소금물에 3~5분 정도 담갔다가 살살 흔들어 씻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이때 너무 오래 담가두는 것은 금물이며, 세척 후 물기를 빠르게 제거하는 것도 영양소 손실을 줄이는 요령입니다.

또한 감자, 고구마, 당근처럼 껍질이 두꺼운 뿌리채소는 세척 전에 솔로 표면을 문지르는 방식이 더 적합합니다. 이 과정에서 껍질을 벗기기 전 세균이나 흙먼지를 제거해 위생을 확보하면서도, 껍질 바로 아래 있는 영양소를 보존할 수 있습니다.

 

 

잘못된 순서도 영양소를 잃게 한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채소 손질 과정에서 ‘세척 후 썰기’ 대신 ‘썰기 후 세척’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이 순서는 수용성 비타민과 무기질이 더 쉽게 유실되는 원인이 됩니다.

채소를 자르면 세포벽이 손상되어 영양소가 외부로 노출되기 쉬워지며, 이 상태에서 씻게 되면 손상된 조직을 통해 비타민이 물에 쉽게 녹아 나옵니다. 특히 무나 당근, 오이처럼 수분 함량이 높은 채소는 그 손실 정도가 더 큽니다.

따라서 이상적인 순서는 “씻고 → 자르고 → 바로 조리하거나 섭취하는 것”입니다. 특히 찜이나 데침처럼 짧은 시간 내 조리할 채소는, 세척한 후 바로 조리해야만 수분에 의한 영양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냉장 보관 중인 채소는 먹기 직전에 씻는 것이 가장 좋은데, 미리 씻어 보관할 경우 표면 수분이 부패를 촉진하거나 영양소를 지속적으로 파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씻으면 안 된다? 세척법에 따라 달라지는 채소의 영양
무조건 씻으면 안 된다? 세척법에 따라 달라지는 채소의 영양

세척과 조리, 함께 고려하면 영양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채소의 영양소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는 세척과 조리를 한 흐름으로 묶어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브로콜리나 시금치를 데칠 경우, 끓는 물에 넣기 직전에 가볍게 세척하는 방식이 영양 보존에 유리합니다. 반대로 샐러드용 채소는 너무 강한 수압 대신, 부드러운 물살로 2~3회 헹군 후 물기를 충분히 제거해 수분에 의한 손상을 막아야 합니다.

또한 세척 후 남은 물기를 제거하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채소 탈수기나 키친타월을 활용해 수분을 빠르게 제거하면, 세균 번식을 줄이고 조직이 무르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특히 냉장 보관할 채소는 세척 후 완전히 말린 상태로 밀폐 보관하는 것이 오래 신선함을 유지하는 핵심이 됩니다.

최근에는 세척 후에도 항산화 성분이 유지되는 방법을 찾는 연구들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레몬즙이나 식초를 희석해 가볍게 헹구는 방식이 잔류 농약을 제거하면서도 항산화 성분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세척 도구와 환경도 체크해야 한다

많은 주부들이 채소를 씻을 때 수세미, 식초, 소금 등을 사용하는데, 이 도구와 재료 역시 적절히 사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채소의 질감이나 맛을 해치고 영양소도 파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너무 강한 수세미로 문지르면 표면에 있는 미량 무기질까지 제거될 수 있으며, 식초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산성 반응으로 일부 성분이 분해되기도 한다. 또한 세척에 사용하는 물의 온도도 중요하다. 너무 뜨거운 물은 수용성 비타민의 손실을 높이며, 너무 찬 물은 세균 제거 효과가 낮다. 미지근한 물로 짧게 세척하고, 세척 후엔 물기를 가볍게 제거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식이다.